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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칼럼

제목

짝사랑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1.0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4862
내용
김 종 길

그녀는 할머니로 불리지만 씩씩하고 젊게 사는 아주머니다. 나이는 갓 60을 넘어서 아이들이 할머니라고 불러도 내심 할머니라고 생각하지 않고 산다. 그녀가 어느 날 저녁 남편에게 식혜를 한 잔 권하면서 ‘웬 식혜냐’고 묻는 그에게 진지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여보, 나 고백할 게 있는데... 말해도 돼요?”
“와, 바람이라도 났나? 별 일이네, 혀바라.”
“사실은 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거든.”
“뭐라? 니 무신 소리 하노? 어디 짝사랑이라도 생겼단 말이가?”
“바로 그건데, 날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어. 나도 사랑을 하게 됐거든...”
“... ...”
갑자기 뜨악해진 남편도 진지해지고 말이 없어졌다. 이 늙은 나이에 무슨 개망신할 일이 생겼나 왈칵 걱정이 앞서고 남편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실은 우리 유치원에 잘 생긴 머스마가 하나 있거든. 영식이라고.”
“그래서?”
“갸가 말이야, 날 짝사랑 한다는거야.”
그럼 그렇지, 이 무슨 늙은이에게 장난을 친단 말이가, 내심 남편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리고는 식혜를 주욱 들여 마셨다. 달콤한 뒷맛이 참 좋았다. 아내는 성모유치원에서 유아들을 위한 마이크로 버스 운전기사를 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 갸가 날보고 이러는거야, 할머니 짝사랑이라고 알아요? ...”
그러더니 슬픈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숙이더란다.
“짝사랑은 내가 혼자서 누구를 좋아하는 거지, 맞나?”
“맞아요.”
그녀는 영식의 짝사랑에 대하여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그 상대가 누구냐고 물었다.
“할머니요.”
“그래? 그럼 그건 짝사랑이 아니네. 나도 영식이를 사랑하고 있거든.”
“정말로요?”
갑자기 환해지는 얼굴의 영식은 할머니가 뭘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그건 왜 묻느냐니까 사랑을 하면 그 사람이 뭘 좋아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식혜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영식이는 보온 병에 담은 냉식혜를 가지고 와서 차를 내릴 때 그녀에게 내밀더라는 것이다. 방금 남편이 죽 마신 바로 그 식혜였다.
“ 아차차, 내가 삼각관계에 빠졌구나. 연적의 독약을 마시자니...”
남편은 으윽 소리를 내면서 옆으로 쓸어졌다. 어머나, 깔깔거리며 다가온 그녀는 남편을 부축하면서 꼬옥 남편을 안아 주었다.
“오 - 내 사랑, 로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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