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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칼럼

제목

<입병을 달고 사는 사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9.06
첨부파일0
추천수
4
조회수
5197
내용

<의창너머로, 11집(2010)>                                            

                                                   입병을 달고 사는 사람


                                                                                        김종길


  어느 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팔뚝에 이물질이 붙었다. 한 덩어리 껌이다. 난 데 없이 껌이라니, 마누라가 껌을 씹다가 묻혔나? 아직 워밍업이 덜된 머릿속은 안개만 가득하다. 방에서 나오는데 귀염둥이 막내가 놀린다.

“아빠, 머리칼에 껌 붙었어. 머리칼을 잘라 내야겠어.”

아차, 내가 껌을 씹다가 잠이 들었군. 어린애도 아니고 왜 껌을 씹다가 잠이 드는 일이 생긴 거야... 하 이거 참, 피치 못할 사연을 털어놔야 하겠다.

 

  얼마 전 친구가 급성심근경색으로 불귀의 객을 면하였다. 병문안을 갔더니 퉁퉁 부은 얼굴에 몰골이 아니다. 저승사자를 겨우 피하여 살아났으니 그 투병이 오죽이나 힘이 들었으랴. 회복기에 입안이 온통 헐었다며 음식 먹기가 힘들다고 하였다. 입병이라면 나도 할 말이 꽤 있는 편이니 경험을 일러주면서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며칠 후에 들으니 내가 들려준 묘방(?)은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친구가 충고하기를 주치의와 상의해서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공연한 입놀림을 했구나 싶었다. 오지랖이 넓으면 주책 소리를 듣게 된다.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문병인마다 묘방을 일러준다. 정이 많아서 각자의 경험을 나누어 주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 묘방의 내용이 모두 다르니 난감하다. 주치의가 들으면 어이없는 내용도 있고.

 

  나는 아무래도 허약 체질인가 싶었다. 툭하면 입병이 나니 아내에게도 부끄러워서 말 않고 지내는 일이 다반사다. 때로 들통이 나기도 하지만. 직업이 의사인 주제에 입이 헐어서 식사를 잘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니 부끄럽다. 사소한 일을 무시하다가 큰 코를 다치듯이 입병의 시작은 참으로 대수롭질 않다. 가령 뭔가를 맛나게 먹다가 혀를 씹는다던지 상처를 내는 일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일이 더 잦다. 입안을 씹었어도 당장은 아무런 느낌이 없으니 모르고 넘어간다. 며칠 후면 자극적이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기가 어렵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수 주일은 고생을 한다. 자주 겪다 보니 그 병변의 과정이 훤하게 보이는데, 문제는 대책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심할 때는 항생제도 먹어보고 부신피질 호르몬제를 바르기도 하나 결코 신묘한 대책이 아니다. 항생제를 먹자니 위가 아파지고, 호르몬제를 바르자니 통증은  덜해져도 회복 기간이 더 오래 지연됨을 경험한다. 교과서 지식으로 비타민 부족이라는 처방으로 얼마 동안은 반응이 되는가 싶었더니 그것도 신통찮다. 결국 수년을 겪다보니 구내염 한 개쯤은 그냥 참아내기 일쑤다.

 

  어느 날 의사들의 모임에서 입병 얘기가 나왔는데 뜻밖에도 의외로 흔한 경험이라는 걸 알았다. 아주 흔한 고민이었다. 이웃의 치과에서 치료를 해보기도 하였다. 마취제를 바른 후에 질산은 용액으로 환부를 지지면 타는 듯 아픔도 못 느끼고 환부는 허옇게 응고가 되어서 당분간은 아픔을 잊는다. 응고된 단백질의 벽이 세균의 침투를 막아주는 담장이 된다. 하지만 공격적 처치여서 매일 그리 하기도 어렵다. 사소한 일로 자주 치과에 들러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입속은 수많은 미세 생명체들이 공생을 하고 있는 광장이다. 그러니 미세한 상처만 생겨도 세균들은 침투하여 신명이 나서 증식을 한다. 이들의 증식을 억제하는 신통한 자연물질이 있으니 글리코영양소, 단당 중 하나인 자이로즈xylose이다. 충치의 원인이 되는 포도상구균의 성장을 억제하여 준다. 그래서 입안을 깨물었을 때 자이로즈 껌을 씹기로 생각했다. 어느 날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다가 혀를 씹었다. 양치 후에 껌을 씹기 시작했고 자면서도 입안에 유지했고 하루에 세 번은 껌을 갈아주었다. 그렇게 입안 사랑에 신경을 쓰니 씹어준 상처는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회복되었다. 또한 기상 후에 뱉는 침이 맑아졌다. 보통 날 아침에는 첫 침을 뱉으면 밤새껏 증식한 세균들로 인하여 냄새도 나고 갈색조로 탁해 지는데 껌을 물고 잔 후에는 색깔이 맑아진 것이다.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박테리아 이놈들, 드디어 내가 너희들을 물리치는 비결을 얻었도다! 내 오지랖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수많은 유사 고통의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해야지... 글쎄? 널리 알려져 도움이 된다면 오죽 좋을까. 혹시라도 해보니 신통찮아~그런 말이 나올라 혹은 껌 회사 선전으로 오해 당할까? 그런 다음 날 머리카락이 수난을 당한 것이다.

  또 입병이 났다. 자이리톨 껌이 떨어졌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였다. 아프다. 병소가 혀의 뿌리 쪽이어서 말하기도 힘이 든다. 식사하기는 더 힘들다. 종일 말을 해야만 하는 직업인데다 세 끼 식사도 어려워졌으니 고역이다...작은 병소가 사람을 나른하게 만든다...구강 세척액으로 수시로 입을 헹군다. 이렇게 며칠을 하면 살균에 좋은 줄은 아는데 계속하면 혀 감각이 이상해진다. 입맛도 떨어진다. 소금물로 바꾸니 부작용도 없고 훨씬 낫다.

 

  작은 입병 하나에 끙끙거리는 자신이 너무나 가소롭다. 돌이켜 보니 과일, 미네랄 섭취도 부족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험이 배워준 결론은 면역 기능이 약해진 이유가 영양성분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요즘 과일의 영양소가 에전보다 많이 부실해졌다는 소문이 사실이기도 하다. 종합비타민과 비타민-삐 콤플렉스를 매일 정성껏 규칙적으로 복용하고부터는 이런 고생으로부터 해방되었다. 미네랄 아연, 셀레늄, 비타민 삐-콤플렉스, 비타민 씨, 그리고 종합비타민이 수호천사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처방이 필요하다. 기본적 원리를 잊고 살면 고난의 세월이 찾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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