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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칼럼

제목

스트레스 이야기 - 과밀 사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1.02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3047
내용
얼마전에 나는 특별한 이유없이 허리가 아파오는 걸 느꼈다. 허리 쓴 일이 없는데 이상했다. 무슨 병이라도 온 것일까. 걱정 끝에 내린 결론은 바로 과로탓이었다. 그 전날에 서울에서 퇴근시간의 지하철을 탔기 때문이었다. 콩나물시루라는 표현이 꼭 맞는 지하철속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어린아이는 앙앙 울고 내 앞에선 아주머니는 출입구 난간에서 허리가 부러진다고 성난 고함을 지르고 그 곁에 선 남녀는 빙글 빙글 웃고 있었다.

지하철 분위기에 익숙지 않은 탓인지 나도 숨이 콱 콱 막혀오는 걸 참으며 고생깨나 했다. 손잡이를 잡고 창쪽으로 자꾸 밀려 자연히 허리가 꾸부정하게 된 상태에서 버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30여분을 그렇게 시달리고 나니 이마에는 진땀이 흐르고 20년전의 버스통학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서민들의 발인 버스와 지하철은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었다.

바로 얼마 전 여성들이 당하는 성폭행의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조목조목 사례들이 열거되는데 참으로 고달픈 인생살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만원 버스속에서 슬쩍 손만지기 엉덩이 쓰다듬기 젖가슴 문지르기등의 부끄러운 짓들이 과밀한 분위기를 이용하여 벌어지는 행위들이다. 도시가 생기고 인구가 밀집되면 각종 비행과 부작용이 일어나고 다각적인 인간관계형성 속에서 새로운 병들이 탄생된다.

퇴근길의 서면지하도의 인구밀도는 세계최고수준이라니 과밀화현상 자체를 실감하는 것은 바로 부산 시민들이다. 사람이 많으면 나오는 쓰레기들이 많아지는데 변변한 처리시설이 빈약한 행정당국은 아름다운 바다연안에다 오물을 쏟아 붓고 있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하고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웬사람이 이렇게 많나」하는 느낌을 갖는다. 평소에는 모르고 살아도 외국을 다녀보면 우리가 정말로 조급하고 시끄럽게 살며 또 과소비하고 있구나하는 걸 느끼게 된다.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실은 일본과 홍콩의 정신과 의사들에게 물어본 즉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조급하기는 마찬가지란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요즘 툭하면 조급한 게 우리민족 특유의 부끄러움 인양 얘기들 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고 좁은 반도에 6천만명이나 과밀하게 살다보니 생겨난 부작용이며 스트레스의 결과라고.(92' 8. 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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