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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칼럼

제목

정신과 치료의 과학적 이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1.03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964
내용
신기한 실체인 인간의 성품이 조금씩 이해되어 가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의 성격을 논할 때, 우리는 심리적인 요인에 초점을 맞추어 왔고, 성격의 문제는 손댈 수 없는 하나의 성채로 남기고, 치료 불가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었고 설사 치료를 하더라도 너무나 오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었다. 임상가들은 치료가 어렵다는 평가를 내리기를 주저한다. 유능한 치료자로서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하기가 어렵다. 불같은 성격, 차분한 성격,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 여자의 꽁무니를 쫓는 바람둥이, 스릴을 좋아하여 위험을 즐기는 성격, 남과 만나서 어울리기 싫어 은둔하는 성격, . . . . 이러한 우리의 소위 개성이라고 표현되는 경향들을, 이제까지는 정신적인 면에 치중된 이해를 해온 것이다.

56세의 남자인 김씨는 술을 먹어야만 잠을 자는 문제로 병원을 찾아왔다. 이틀째 술을 안먹었더니 헛것이 보이고 손이 떨리고 설사가 나서 다시 술을 한잔하고 마음을 안정시켜서 병원엘 왔다고 한다. 장남이 38세, 막내가 26세니 은퇴할 나이이나 겨울철 산지기 일로 연명하는 처지이다. 25세에 결혼해서 아들 셋에 딸이 하나, 거의 평생을 직업이 변변치 못했고, 부인이 먹여 살렸는데, 이 형편에도 아내에 대한 구타, 언어 폭행이 심했고 착한 아내가 참고 살아온 형편, 평소엔 말이 없고 술을 먹어야만 말도 하고 욕도 하는 성격, 결혼 전부터 잠이 안 와서 술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었다는 것이다. 30 여 년간 술을 먹다보니 알콜중독이 되었고 이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병원을 찾아왔다. 위염, 지방간, 그 외에도 대장염, 신경염등 전신이 병든 상태였다. 치료를 시작한지 6개월, 김씨는 매일 숙면을 취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사람이 변했다』는 말을 한다. 부인은 왜 진작 이런 치료를 하지 않았었는지 모르겠다며 싱글벙글 좋아한다. 그가 먹는 약은 그의 중추 신경계에서 시납스의 신경전달 물질을 조정하여 흥분과 과민하지 않도록 하여준다.

신경 세포의 미시적 단위인 시납스, 곧 신경세포끼리의 말당 연결지점인 이곳에는 여러 가지 신경전달 물질이 중개역할을 하고 있다. 신경세포끼리의 전달은 전기현상으로 전위차가 발생하면서 정보가 전달되는데, 호랑이 같은 식육성의 동물에는 신경전달 물질인 카테콜아민이 많고, 토끼같이 순한 동물에서는 적은 걸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경우 정신병 현상이 심할 때는 이 물질이 정도보다 지나치게 분비되어 있어 흥분상태에 빠지게 된다. 사람이 화를 내면 IQ가 떨어지는 바보가 된다는 우스개 말이 있는 데, 이는 실제로 시납스에서 신경 전달물질의 변화가 오면서 뇌기능이 저해되는 것으로 이해 할 때 쉽게 납득이 가는 일이다. 신경전달 물질 가운데는 잘 알려진 엔돌핀이 있는데, 이는 실제로 시납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변화가 오면서 뇌기능이 저해되는 것으로 이해 할 때 쉽게 납득이 가는 일이다. 신경전달 물질, 엔돌핀은 이는 통증을 완화하고 기분이 좋도록 하는 기능이 있어 사람이 생리적으로 통증이나 심리적 고통을 자동조절 하도록 고안되어 있는 신비로운 고도의 소프트웨어와 완벽한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1993년 8월 11일 타임지의 기사 - 수잔 스미스, 44세, 두 아이의 엄마, 남편과 함께 부동산 회사를 운영, 지난 5년간 항우울제, 프로작을 복용하고 있다. 조울병이나 다른 정신병을 앓은 적은 없다. 다만 기분이 날카롭고 월경 때면 신경과민이 되어 신경질을 부렸다. 남편은 싱갱이를 벌이다가 물건을 집어던지던 장면들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요즈음 " 너무 평안하다"는 것. 이 약이 시중에 소개된 지 5년, 약 500만 명의 미국인, 세계적으로 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이 이 약을 먹고 있고 그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심한 우울증, 강박증, 공포증 그리고 보다 최근에는 성기능 장애인 조루증, 비만증 환자들이 이 약을 복용하고 있다. 그래서 이 기사의 제목은 성격을 변화시키는 약으로 달고 있다. 성격장애로 숨어 있던 좋은 성격을 이 약이 일깨워 건강한 인생을 살도록 하여 준다는 것이다. 이 약은 시납스에서 세로토닌(뇌신경전달물질)을 조정하여 증상을 개선해 준다.

시납스는 뇌의 미세한 부분을 말하는 것이고 보다 큰 범주로 보면, 대뇌는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 등으로 구분된다. 정신분열증은 전두엽의 기능에 장애가 추정되고 있는 데 정서적인 조절에 중요 역할을 하며, 만약 양 측두엽이 손상되면 대중 앞에서도 자위행위를 한다든지 하는 충동조절의 장애가 오게된다. 유아 다섯 중 하나는 소심한 성격으로 타고나는데 이는 심층부에 있는 편도핵의 이상으로 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지역에 따르는 기능이 있어 일찍이 뇌 안에는 번지가 정해졌고 예를 들면 운동을 전담하는 번지는 Broca의 3, 4, 5 지역이 된다.

헉슬리의 공상소설 『멋진 신세계』에서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알약을 하나 먹으면 된다. 성교도 남녀교합이 아니라, 알약 하나를 먹고 손바닥을 마주 붙이고 있으면 절정감에 이른다. 앞으로 신경약물이 더 발전하면 특정의 뇌 번지수에 작용하게 되는 특정효과의 약물이 개발되어 이런 신세계가 올지도 모른다. 미래의 약 『점잖아-정』(가칭) 한 알이면 신경질 나던 사람도 점잖아지게 될 것이고, 우울한 기분이 되면 『기분나-정』(가칭)한 알로 새로워 질 것이다.

이해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면 과거에는 몸과 마음을 구분하여 몸 따로, 마음 따로 이해하는 경향이었으나 요즈음엔 기능주의, 즉 몸과 마음을 하나로 이해하고자 한다.

인체를 이해하는데 이 방식은 매우 유용하다. 뇌기능에 대한 이해는 과거 방식에 변화를 요구한다. 유심론이나, 유물론이냐? 마음은 심리인가 물질인가, 정서는 어느 쪽인가? 이전까지는 불안이나 강박을 심리적 현상으로만 이해하고자 했는데, 최근에는 이에 대한 신경전달물질로 그 기전을 설명하고 있고, 상당부분을 그렇게 이해되고 있는 현실이다. 신경증의 메카니즘이 언젠가는 물질적 현상으로 이해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 프로이드(오늘날 그는 단순히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심리학자로 오해되고 있다) 의 예견이 점차 실증되어 가는 과정으로 생각해도 될 것이다. 신경증(불안, 우울, 강박, 신경쇠약, 공포 등)이 완전히 생물학적으로 이해되는 날에 『멋진 신세계』의 날은 올 것으로 보이나, 그 날이 유물론의 승리일이 될지도 모른다. 신세계, 그 곳의 사람들은 천재적 지도자의 노예로 전략된 인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도달해야 할 곳인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현실에서 볼 때 신경약물학의 비약적인 발전은 많은 비극적 인생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다. 왜냐하면 신경안정제가 임상에 도입된 지 불과 반세기동안 인류의 엄청난 정서적 고통을 손쉽게 덜어주고 있으며 인류의 역사상 발전해온 어떤 의학수단보다도 염가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며,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다면 부작용도 미미할 뿐이기 때문에 고통으로부터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현대 도시인의 20%가 우울에 빠져 있고 보다 많은 사람이 불안에 시달리고, 남자 성인 열 명 중 두 사람이 알콜중독에 결려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긴장성 두통을 앓고 있는 현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비록 초창기이기는 하나 정신약물학은 쉬지 않고 발전을 하고 있다.

사람의 현상 모두를 물질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가지 현재의 최선의 방법인 정신치료(정통적 정신 분석으로부터 행동요법 혹은 인지치료등을 포함)와 약물요법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애석하게도 유물론의 승리일이 우리 생전에 올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보여지나 금세기에, 인류가 이제까지 해온 업적보다 더 많은 발전을 이룩한 것으로 보아 그 발전은 놀랄만치 급속히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경성대학교무역대학원 회장단 조찬회 강연199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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