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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칼럼

제목

꿈이 인생을 말해줘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12.02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3746
내용

반생을 말하는 세 개의 꿈

 

몽자는 50대 중반의 부인, 말이 빠르고 성격이 좀 급해 보이는 인상이다.(개꿈 같이 평범해 보이는 꿈속에서 몽자는 지나간 반생의 역사를 조명한다. 한 시간에 걸치는 자유토론, 질문과 대답을 꿈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순서를 맞추어 순서대로 적는다. 고딕체의 단어에 유의하자.)

 

꿈 #1(약 10년 전);

를 업고 보따리를 들고 2층 계단을 힘들게 걸어 오른다.

 

꿈 #2(2008.3.25);

부두에 여러 사람이 몰려 있고 누군가(?)를 배웅한다, 그가 탄 비행기가까운 곳 건너 편, 걸어 갈 수도 있음직한 거리로 가는데, 바다가 있다. 모였던 사람들이 흩어지고 와 담장이 있는 곳을 관광, 구경해야지 생각한다. 너댓살 아이미끄럼틀 같은 길을 오르다 포기하고(혼자 오르기도 힘든데...) 계단으로 된 다른 길을 가기로 한다. 혼자 여유롭게 좀 더 먼 길, 촘촘하고 낮은 계단을 오르기로 한다(모래가 섞인 황토길, 좋은 길). 계단 위로 넓고 평평한 길이 보인다.

 

꿈 #3(2008.5.28);

남편과 둘이서 각자 차를 타고 어디를 가고 있다(약간 거의 평지와 같은 오르막길)점점 가파른 경사, 남편은 뭔가를 찾고자? 걸어가고 있다. 갑자기 급경사. 차가 구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 가속 페달을 밟았으나 도로 밀려 내려온다. 뒤집히지 않은 게 다행, 약

간 뒤쪽에 남편이 있다. 다시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 가속 페달을 세게 밟고 바로 올라오니 평지다. 남편보고 빨리 올라오라고 손짓한다, 올라왔다, 해냈다는 좋은 기분이다.

 

연상

꿈#1; 계단은 결혼하고 살던 집의 그것, 세 들어 살던 볼 품 없는 집. 예전엔 애가 딸이라고 생각했으나 얼마 전에 남편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래 두 개의 꿈을 혼자서 풀이하다 가 첫 꿈을 기억했다. 결혼 3년쯤에 맞벌이를 했는데 난 선물의 집을 운영했다. 남편이

직장을 그만둔다기에 남편의 의존 습성을 키울까 겁이 나서 나도 가게를 접었다. 혼자 무수히 울었고 애들을 몰래 밥을 해먹이고, 남편을 굶기고 나도 굶고 누웠기도 했다. 남편은 2년을 놀았다. 나는 가출도 했고 너무 울어서 눈가가 진물러 고생도 했다(이 말

을 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남편은 고집불통이었다. 남편은 독선적이다. 위로 누나가 셋, 밑으로 여동생이 둘이인 중간의 귀둥이로 성장하였다.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이 다. 겉보기는 좋은 사람이나 자기 의견이 틀렸다고 책으로 증거를 제시하면 책이 잘못

됐다는 사람이다. 선을 보고 결혼했는데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노?’ 라는 기분이었다.

  결혼하고 보니 이상한 사람, 두 달 만에 안 살겠다고 생각하고 친 정 엄마에게 말했더니  ‘양반을 두고서 흉을 잡는다.’고 야단을 쳤다. 당시 아래 여동생이 곧 결혼을 해야 할 형편이었고 언니가 본을 잘못 보이면 안 되겠기에 엄마는 내 말을 무시했다. ‘오기’로 버티

다가 원치 않았으나 아이를 놓는 바람에 그럭저럭 살게 됐다. 남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잘 났고 자기 말로는 배려한다는데 난 아니다. 보기엔 착해 보인다. 남편이 성질이 나니까 장롱에 대고 머리를 찧었어, 저게 뭐 사람인가 하는 심정이었다. 결혼 초반에 한

번은 밥상을 엎으려는 순간 내가 안되겠다 싶어서 먼저 둘러엎어 버리기도 했다.

꿈#2; 꿈을 꾼 날이 아들의 생일이다. 3일 후가 결혼 28주년이다. 배웅하는 사람이 누구일 까? - 북한의 김정일을 연상했다. 간첩침쟁이 말이 생각나는데, 김정일이 김일성보다 못하다. 그는 여자를 계속 갈아 치우는 남자. 아버지만 못한 아들이다. 무슨 뜻? 내가 아들

을 챙겨보았자 결국엔 남편이 남을 것이다. 아들은 결혼하면 그만이다. 남편은 이혼하지  않는 한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과 통한다? 아들은 현재 거제도에 근무한다. 주말에 집에 온다. 기와가 있는 담장은 내가 전통적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생각만 하

고 구경은 못했다. 어린이는 처음에 딸로 생각하였다. 나중에 남편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미끄럼 같은 길은 현대적이고 차가운 느낌이고 황톳길은 훈훈하고 정겨운 느낌이다. 문경 새재에 갔을 때 짚신을 신고 걷던 부드러운 느낌을 기억한다.

꿈#2와 #3 사이에 딸과 이태리 여행을 다녀왔다. 요즘 남편과 나 사이는 내가 밀어붙이는 편이다. 여행 앞에도 “당신 여권 만들어.” 했는데 밍기적거리는 거야. ” 함께 갈 의 사가 없다싶어서 딸과 여권 수속을 해버렸다. 영화 구경을 가도 선택권을 주어서 반응이

없으면 난 혼자서 가버려. 성당에서 부부 독서를 시키면 남편은 싫어해. 난 다른 남자와 나가서 해버려. 그러면 남편은 툴툴거려. 왜 안 하래?! 그러는 남편이 안됐다 싶기는 하지만... 내가 남편보고 ‘우리 시골 가서 살까?’ 하면 반응이 없어. 반대하는 거지. 난 친

정에서 장녀이고 아래로 여동생 셋 그리고 남동생이 하나. 남편은 하는 말이 ‘클 때는 왕같이 대접받고 살았다.’는 거야.

꿈 #3; 집에 차가 두 대 있다. 남편과 다투다가 더러워서 같이 차 못 타겠다 싶어서 내 차를 샀고. 지난 몇 달간 남편에게, ‘별거해 보자’하고 제안하지만 남편은 절대 안 해. 아들이 큰 기업에 취직을 하니까 남편이 하는 말, ‘너가 엄마를 책임져라’며 직장을 그만 둘

생각을 하는 거야. 난 “단호하게 무슨 소리야. 걔는 자기 마누라를 책임지는 거지, 당신이 날 책임져야 하는 거야.”하고 단호하게 짤랐지요. 급경사를 운전하고 올라간 건 게 무모한 뜻인 거 같아. 남편이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들어. 가끔 등산을 같이 가는데, “가자‘가 아니고 ‘같이 가면 좋겠다’ 식이다. 단호하지 못한 게 흠이야. 취미로 바둑을 두고 등산도 좀 하고 술담배는 끊었고. 요즘도 더운 날에 직장에서 수고가  좀 많다 싶어서 낮에 전화를 해 주면 그 날은 집에 와서 어린양을 떠는 거야. 그래서 나쁜 습성을 키운다 싶어서 일부러 안 해줘. 좀 안 됐기는 하지만. 친정아버지는 말년에 지병이 있어서 폐인같이 살다가 떠나시고, 그래도 말은 통하는 분이었는데. 남편은  말이 안 통하니까.

 

해석;

  그녀는 결혼 초반부터 이혼을 생각하며 살았고 왕처럼 자라온 남편을 (친정에서 남동생의 성장을 지켜보았듯이), 애 혹은 어린이 같이 생각했다. 남편의 의존심에 대한 판단은 옳은 것으로 보인다. 세월이 갈수록 그런 생각은 더 해 갔지만 참고 살아왔다. 남편에 대한 정서적 대우는 애기 -> 어린이 -> 남편의 모습으로 세 꿈에서 변하고 있음을 본다.

  요즘도 별거를 얘기는 하지만 그녀의 무의식은 이젠 체념하고 함께 여생을 살아갈 것을 결심하였다(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는 장면). 남편(김일성)과 아들 사이에서 방황한 그녀의 마지막 결정이 남편을 선택하였음을 알게 한다. 유명 정치인을 상징으로 선택한 그녀의 에고는 자신의 인생을 높이고자 하는 자긍심으로 볼 수 있겠다.

  전통적인 분위기를 좋아하기에 어린이(남편)를 포기하기도 하였지만 종국에는 참기로 한다. 훈훈한 인간적 냄새가 있는 길(황톳길)을 선택한다. 그녀의 일생은 평강공주와 같은 역을 선택하였다.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른다.

친정에서 1남4녀의 장녀로 성장하였기에 귀둥이 남편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생득적으로 터득한 그녀였기에 가능하였고, 어찌 보면 <천상의 짝지>를 점지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매몰찬듯하면서도 장녀로 성장하며 자기 직분을 해결해 왔기에 결단력, 통솔력이 있다. 그런 운명의 여인이기에 의존적인 남편의 독립심을 배양하는데 헌신적이고 희생적 노력을 효과적으로 수행한 셈이다. 가게를 경영하는 편이 당장은 더 편하고 별 문제가 없는 일이지만 그녀는 2년간의 고행을 택하였고 남편을 독립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최근 아들의 취직 후에 나누는 대화는 남편이 아직도 의존심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는 단호하게 맞대응해주어 남편의 책무를 일러준다. 보통 아내로써는 쉽지 않은 선택이요 대응이다. 그녀의 측은지심(한국 아내의 보편적 심성)으로 인하여 말년의 그녀는 편안한 인생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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