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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목

도둑괭이와 까마귀떼

작성자
금강화
작성일
2006.11.10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660
내용
우리 동네엔 까마귀가 유독 많다.

그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른다.

"40계단 문화관"이 있는 걸로 봐서,

이 동네가 6.25 때 전국각처에서 몰려든 피난민촌이었다는 것밖에는.

전에 살던 아파트는 가는데 마다 까치들이 많았다.

아침마다 까치울음만 듣다가, 이사온 뒤로는 왠 까마귀 울음소리만 요란햇다.


최근에, 도둑괭이와 전쟁을 치르다 시피 좇아낸 며칠뒤

가끔 하양갈색동이가 옆집 옥상에서 보고있다가 애써 내 시선을 외면하거나

갈색까망 어미가 슬그머니 염탐왔다가, 가라는 손짓에 꽁무니를 뺐다.

오늘은 하양까망둥이 막내가 세탁기위에 쪼그리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일주일씩이나 맛난 것을 던져주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심한 이유를

모르겟다는 듯 망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푹 떨구고, 이리저리 고민하는 사람같은 제스쳐를 한다.

다리가 앙상한게 살거죽만 남은 듯도 했다.

나만 보면 문안 인사처럼, 두발을 얌전히 앞으로 내밀고 꼬리를 휘휘감고

새색시 내숭떠는 모습으로 고개를 외로 꼬는데,

오늘따라 '죽여줍쇼' 하는 상이다.

이 동네는 덩치 큰 도둑괭이들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어디서 할퀴었는지 얼굴엔 발톱자국까지 어지럽다.

'받아달라는 소린가?' .....

'마음 약해지면 안된다. 지금 저 녀석을 받아주면 이어서,

갈색동이 형과 어미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날 것이다...

제 집인듯 밤낮으로 집을 넘보며 지키고 잇다가,

떼거리로 집안까지 점령하려 들 것이다.'


녀석은 문이 열려있으면 문안에 슬쩍 들어와

내가 뭘하는지 따라다니면서 지켜보곤 했다.

고기냄새를 풍기던 어느 날은, 문간에 나타나서

먼산 보는척 능청을 떨었다. 그런데 생선육류를 좋아하는 것 못지 않게

강렬한 호기심도 감추고 있어서, 집주인이 한눈 파는 사이

순식간에 '돌격 앞으로' 이방 저방 구경을 해치우고 말았다.


어제는 고양이가 안보이던 차에, 쾌재를 부르며 빗자루를 들고

오랜만에 비질을 하다가 집 앞에서는 못보던 것을 집뒤편 구석에서 기어이 보았다.

세상에나! 내 앞에서 깔끔떨던 고양이들이 그새 한무더기 쌓아올려 놓았다. 이.. 이~

덤으로 똥파리까지 키우는 꼴이라니!

괘씸한 것은 고양이뿐이 아니다.

앞집 윗층에 사는 러시아 여인들이 창문으로 고양이가 잘 먹지도 않는

빵쪼가리들을 떨구는 것이다.

장마철에 자꾸 그런걸 떨구니 날파리도 끓고, 어쩌잔 말이냐고!

빗자루를 흔들며 소리를 질러도, 고양이들보다 말귀를 더 못 알아먹는 모양이다.

'에라. 좀더 두고 보자꾸나.'

오늘은 문지기처럼 집을 지킬 작정인지, 내 눈치를 봐가며

부엌앞 세탁기통 위에 아예 주저앉기에 창문을 닫았다.


'어제 까마귀들이 유난히 시끄럽게 울어대더니 형아가 죽었는가.

어째 보이지를 않네. 쟤네들이 저렇게 돌아다니다가 죽으면

결국 까마귀밥이 될터, 그래서 까마귀들이 많이 사는갑다.'

이래저래 마음 약한 나는, 어쩔수 없이 멸치뽀시래기 봉다리를

들고나가, 플라스틱 그릇에다 부어주고 들어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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