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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칼럼

제목

위대한 정신병 - 괴 테 Goethe (1749-183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1.02
첨부파일0
추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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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3746
내용
희곡 <파우스트(Faust)>는 독일이 낳은 대문호 괴테의 대표작이다. 그가 작품구상에서 완성까지 60년 이상을 소모한 것으로 보아도 파우스트야 말로 괴테의 진면목이라고 해도 좋겠다.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바로 괴테의 자아(自我)와 부정된 자아의 또 다른 모습이다.

파우스트는 2부로 구성되는데 Ⅰ부는 57세에 완성하고 Ⅱ부는 유언에 따라 봉인 사후 발표되었다. Ⅰ부에서 노석학(老碩學)인 파우스트는 지식의 무력 앞에 절망하여 악마 메피스토의 꾀임에 빠진다. 메피스토는 주님에게 파우스트가 주를 배신하도록 성공하면 그의 영혼을 가져가도록 허락 받고 주님과 도박을 한다. 유혹에 빠진 파우스트는 악마를 동반하여 핸섬한 청년으로 변신되어 현세의 쾌락을 탐구하려 나선다. 순결한 소녀 그레첸을 사랑하고 그녀를 임신시키고 오빠를 죽이고 그로 하여금 어머니와 영아를 살해하도록 만든다. 결국 그녀를 사형 당하게 만들고 악인 파우스토는 도피한다. Ⅱ부에서 파우스트는 신성 로마제국에서 황제의 신임을 얻고 환락 속에서 미녀 헬레나와 결혼한다. 아들 오이포리나를 얻으나 그가 추락사하자 헬레나도 황천으로 떠나고 결국 파우스트는 좌절한다. 파우스트를 타락시켜서 영혼을 가져가려는 악마의 계획은 결국 미인계(그레첸과 헬레나)에 의하여서도 실패하고 파우스트는 인류에 기여하는 사업을 벌이다가 사망한다.

괴테의 인생역정을 잠시 살펴보면 그는 학문이 깊은 법학사 아버지와 외조부가 시장인 명문가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 맏이로 태어난다. 몇 해 뒤에 태어나는 남동생 둘과 여동생 둘은 어려서 사망한다. 어여쁜 젊은 엄마의 극진한 사랑 속에서 성장하고 8세에 조부모에게 신년시를 써 보내는 재능을 보인다. 14세에 16세 소녀 그레첸을 사랑한다(파우스트의 모델이 됨). 16세에 라이프치히 대학에 입학한다.

19세에는 화학과 연금술 심취, 39세에는 화가지망, 41세에는 두개골의 척추설을 발견, 43세에는 색채론 연구, 48세는 곤충에 대한 연구, 66세에는 구름에 대한 관찰 국무대신에 오르는 등 작가로서의 모습 말고도 다양한 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여러 여자 관계가 있었고 부인사이에 아들을 하나 두었고, 68세에 손자를 보았다. 56세 신장병, 74세에 심낭염 등의 신체질환이 있었는데 그의 수많은 작품들과 다양한 국면의 인생살이들이 조울상태를 반복하는 과정 특히 조증상태에서의 증가된 활동의 덕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희곡 파우스트 속에서 보이는 주요동기를 클리거만은 형제 갈등의 핵심으로 이해한다.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젊은 엄마의 진한 사랑을 받는 첫아이로서 인생을 시작하는 그의 유복한 시절은 그의 동생이 태어나면서 끝내게 된다. 생후 3년 6개월 때 동생 쟈콥이 태어나는데 동생의 분만직전에 흥미로운 일화가 전해진다.
편지 속에서 어머니는 그의 3세쯤 때 일을 기억하는데 " 볼프강(괴테)은 예쁜 아이들이 아니면 같이 놀지를 않았다. 어느날 파티석상에서 갑자기 울기를 시작하여 할 수 없이 데리고 집에 와서야 그쳤는데 그 이유가 그 자리에 있었던 아이를 가르키며 『저 못생긴 아이를 치워버려, 못참겠어』라고 하여 집에 와서야 그쳤다" 는 것이다. 이때 엄마는 동생을 임신 중이었다. 이 현상은 유아기 자기애(幼兒期 自己愛,나르시시즘)와 엄마의 사랑을 독점하기 위한 동생 거부동작의 상징으로 이해 될 수 있다.

6세로 동생이 죽자 온 식구가 울고 있는데 볼프강은 전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평생 동생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 「문자와 진실(文字와 眞實)」(1911)에서 한 귀절, 천연두를 앓고난 고통에 대한 부분이 있다. 『마마자국이 피부흔을 남기지 않았으나 내 모양새는 확실히 변했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예전의 예쁜 모습을 그리워하게 되어야 할 만큼 내게 무정했다...내 동생도 같은 병에 걸렸는데, 걔는 조용하고 부드러우나 변덕이 심했고 결코 가까울 수가 없었다... .』

동생이 태어남으로써 어머니의 사랑도 빼앗기고 자신의 예쁜 모습도 손상됨으로써 자기애에 상처를 받게 된다.
그가 공경하는 어머니와의 유별한 친밀성은 그의 불멸의 정신과 원기 왕성한 창작의 생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동생이 죽고 그가 살아 남았다는 것은 그에게 죄책을 가져오는데 자기애의 승리 뒤에 숨은 죄책 곧 형제들에 대한 파괴적 환상인 것이다. 어머니가 그의 자기애적 분노에 거듭되는 공감실패(共感失敗)와 배반은 그에게 여성불신(女性不信)과 죄책감을 남긴다. 후에 여러 여성과의 복잡하고 좌절된 관계 속에서의 이런 태도가 자주 나타난다. 첫사랑 그레첸과의 사이에서 자기애의 상처는 고통스럽게 재현된다. 2년 연상의 그레첸은 『난 그를 어린애 취급했어요. 그에 대한 애정은 사실 누나 같은 정이었어요』라고 말한다. 이 말을 전해듣는 그는 굴욕을 느끼나 굽히지 않고 자존심을 회복한다. 뒤에 1766년 라이프치히에서 하숙집딸(2년 연상)과 사랑에 빠질 때 그의 가학자학적(加虐自虐的) 질투는 거의 정신병 수준에 이른다. 이 사랑은 2년 계속됐는데 다른 젊은이가 하숙을 시작하자 질투에 불이 붙는다. 그녀는 의심하지 말라고 애원한다(갑작스런 젊은이의 출현은 동생 출생, 유아적 충격의 재현).

크리거만(1984)의 주장에 의하면 살부감정(殺父感情:이차적으로 살모殺母)의 표현과 이 감정의 취소 양면에 대한 필요가 있고 동시에 그의 예전의 아름다움과 어머니와 외계의 사랑을 받으려는 소망이 그의 작품의 중심부를 이룬다.

파우스트에서 Ⅰ부와 Ⅱ부의 공통주제는 자시출산(子息出産)의 주제이다. Ⅰ부에서는 영아는 어머니에 의해 살해당하고 Ⅱ부에서는 성장 후 추락사(自殺)한다. 떨어져 죽는 이미지는 어려서 그의 첫 기억에 연관된다. 집에 홀로 남겨져 장난감 사기접시를 창 밖으로 던져서 박살을 내던 추억이다. 내던져 박살나는 접시와 추락사하는 아들은 어쩌면 자기애 손상과 동생에게 사랑을 빼앗긴 어린 볼프강의 마음, 그 자신이 아니었을까. 형제 경쟁은 파우스트 뿐 아니라 그의 전 일생 작품의 동기 요인으로 나타난다. 천상에서 오는 어린 천사들은 어려서 죽은 동생들의 상징이다.

그의 동성애는 또 다른 자아, 메피스토 속에서 표현된다(동성애는 부친지향의 사랑의 승화). 파우스트의 마무리는 아래의 구절로 끝맺는다.
「영원한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천상으로 이끈다.」여기서의 영원한 여성적인 것은 신을 구현하는 이상적 여성(그레첸과 성모마리아)이다. 그의 영원한 어머니와의 속죄와 화해는 이렇게 완결되고 81세의 괴테는 지복(至福)한 어머니와의 융화로 생애를 종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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